영화 <어쩔수가없다> 김형묵 배우 촬영 소감
10.08 19:22




현장에서 이병헌 선배님은 정말 대단하셨다! 손예진님도 역시 그랬다. 잠깐이었지만 두분께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현장을 지휘하시는 박찬욱 감독님은 실로 진정 거장이셨다. 감독님의 디렉팅은 차분하시지만 섬세하고 심플하며 위트있으시고 카리스마가 넘치셨다. 감독님과 작업하며 영화를 더 사랑하게 되었고 역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경찰서 장면이 나의 어쩔수가없다 에서의 첫촬영이었다. 새벽에 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셨다. 깊은 슬픔에 빠진 나는 큰 충격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래도 나때문에 감히 촬영이 중지되게 할 수는 없었다.
아버지 돌아가신걸 아무도 모르게 해달라고 당부하고는 바로 차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평소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다면 나는 프로니까 거뜬할꺼야 라고 생각해본적이 있었지만 쉽지않았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해도 계속 눈물이 났다.
촬영장에 도착할 즈음 굳게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잘해야 아버지께서도 기뻐하실꺼라고 믿었다. 도착하고나서 보니 다행히 아무도 내 사정을 모르는듯 했다.
촬영준비를 마치고나서도 뭔가 완벽히 평소처럼 마음이 컨트롤되지 않았다. 박감독님 현장이 워낙 차분했기에 다행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난 슬퍼보일까 일부러 미소 띈 얼굴로 스텝들과 베시시 웃기도하곤 했다.
그러나 무엇때문일까 전혀 긴장되진 않았는데 손이 떨렸다. 담배피는 장면을 준비해야하는데 이제껏 대스타들과 연기경험에서도 단한번 그런적이 없었는데
때마침 분장실장님께서 말씀하시는데 박찬욱 감독님 앞에서 또 이병헌님과 연기하면 이상하게 다들 얼어붙는다고 그러지말고 나는 과감하게 하라고 웃으며 격려해주셨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박감독님 이하 현장 모든분들이 내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내가 밝히지 않고 영화 촬영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것도 다 알고 계셨다고 한다. 모른척 그날 다들 강행을 한 것이다. 짐작컨대 그래서 일부러 모른척 일상인척 다들 알게모르게 응원을 주신게 아닐지)
촬영들어가기전 박감독님이 앉아계신 모습을 뵙고 인사드리고 손예진님께서도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호흡이 조금 진정되는듯 했다. 그러나 여전히 평소 촬영할때와 같지 않은 기분을 느꼈다. 조금씩 걱정이 되었다. 나는 아버지 문제로 인해 밤을 꼬박샜다. 그리고 바로 내려온것이다.
평소 배우로서의 철학 신념 가치 사명을 진지하게 외쳐온 나였기에 다짐을 해보려해도 그게 오히려 나를 더 짓누르는거 같았다. 그저 그대로 자연스럽게만 하자 하고 먼저 카메라 앞에 가서 섰다. 그때 즈음이었을까
'배우님들 리허설 들어가니까 카메라 앞으로 모여주세요'하는 소리와 함께 이병헌 선배님이 다가오는데 눈빛이 유만수 그 자체였다. 잠시전 겸손히 먼저 인사나눠주시던 분이 아니었다. 바로 유만수의 눈알!이었다
그리고 손예진님의 집중력까지. 그걸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언제 아버지가 돌아가셨냐는듯 나 역시 이원노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상황에 몰입되었다. 이병헌의 힘이었다. 난 분명 그걸 느꼈다. 두분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서울 가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갑자기 또다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촬영현장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이병헌 선배님의 스탠딩 대역이었다. 내가 사이즈만 맞았다면 나는 자진해서 이병헌 선배님의 스탠딩 대역을 했을 것이다.
당시 뮤지컬 ’블러디러브‘를 공연하던 기간만 아니었다면 난 매일 촬영현장으로 달려가서 이병헌 선배님 연기를 보며 모든 것을 배우며 꼼꼼히 기록했을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꿈을 꾸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여전히 연기와 배우와 사람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박찬욱,이병헌,손예진님 처럼 그뒤를 따라가고 싶다. 알아버렸으니 이젠 도무지 '어쩔수가없다' 꿈을 꾸게 해주셔서 열정을 가지고 행동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만수~무강 하지?
유지보수만 수차례 유만수!
유 are Man soo Fighting!
폭군의 셰프 장태유 감독님,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님 두분과의 작업은 나에게 TV와 영화 분야에서 큰 깨달음을 얻게해주신 작업이었다. 인터뷰에 자세히 안실려서 아쉬운 마음에 여기서 긴글을 빌어 고백하는 바입니다